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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공부 하다가, 문득 (2025.06.10.)

자기의 모습은 푸줏간 속에 숨겨 몰래 딴 마음을 품고서 남몰래 세상 돌아가는 틈새를 지켜보다가 시대의 변고가 생기면 자기의 소원을 실현하려는 자는 호민豪民이다. 무릇 호민이란 참으로 두려워해야 할 존재이다. 호민은 나라의 허술한 틈을 엿보고 일의 형세가 편승하기를 노리다가 팔을 휘두르며 밭두렁 위에서 한 차례 크게 소리를 지른다. 그러면 저들 원민怨民들은 소리만 듣고도 모여들어 모의하지 않고도 함께 외쳐대기 마련이다. 저들 항민恒民이란 자들도 역시 살아갈 길을 찾느라 호미·고무래·창자루를 들고 따라와서 무도한 놈들을 죽인다. (중략) 대저 하늘이 사목司牧(임금)을 세운 것은 양민養民하기 위함이고, 한 사람이 위에서 방자하게 눈을 부릅뜨고, 메워도 차지 않는 구렁 같은 욕심을 채우게 하려던 것이 아니었다...

2025.06.21

지난 주까지 몰아치던 찬바람이계절을 거꾸로 달리듯 해 서글프더니이제야 봄이 왔네푸른 잎이 파릇파릇 돋아나는 봄이 왔네펄펄 흩날리는 하이얀 꽃비 속에겨울 이겨낸 새싹들이 서로 어깨동무하고기나긴 바람 지나갔음에 눈시울을 붉히네어느덧 사월인가시간은 더디 가는 듯 바삐 새고장소는 그곳에 변치 않아도사람은 적은듯 크게도 변하는 것난 자리가 눈에 띄고든 자리는 낯가려서하던 일이나 마저 해야겠다꽃비가 불을 꺼주지 않듯이지난 밤잠이 하루의 단잠으로 보상될 것도 아니기에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파릇파릇하게, 돋아나또 하루를 이고 가면 될 일입니다

2025.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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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다. 세상이미쳐돌아가는 구나.하늘이 푸르러 이제 가을이 오는 구나 했더니, 가만 보니하늘이 아니라 까만 우주였고,우주에 집어삼켜진 작은 별들은 지금 은하수 어디를 떠돌고 있는지별들은 타고 있는 불덩어리다타오르는 불은 억지로 꺼뜨릴 수 있고 바람으로 밀어낼 수 있어도타고 남은 불씨라 새카맣게 탄 그을림은 남는다그슬린 자국이 깊어 우리 가슴을 깊게 할퀴어도불들의 마음은 꺼지지 않을 것이다타오를 것이다 탈 것이다 활활우리는 불꽃이 되어말할 것이다 조그만 입으로옹알종알 오밀조밀 왁자지껄 우르릉 쾅천둥을 만들 것이다하늘이 넓어서 손으로 못 가리는가하늘이 높아서 팔로 못 휘잡던가그대가 잡지 못한 것을 나는 팔을 꺾어내어 쥘 것이니나아가라 나아가라 나아가라 나아가라돌아가라 돌아가라 돌아가라 돌아가라미치고 돈 어릿..

2025.04.02